예천 인물 및 유물소개
■ 공방전(孔方傳)
■ 시대 | 고려
■ 성격 | 가전체
■ 작가 | 임춘
고려 후기에 임춘(林椿)이 지은 가전체 소설이다.
‘공방’은 엽전의 둥근 모양을 공(孔), 구멍의 모난 모양을 방(方)으로 표현하여 계세징인(戒世懲人; 세상 사람이 악에 빠지지 않게 깨우쳐 줌)을 목적으로 돈을 의인화하여 쓴 소설이다. 『서하선생집(西河先生集)』 권5와 『동문선(東文選)』 권100에 실려 있다.
돈의 특징에 빗대어, 공방이라는 이름과 관지(貫之; 끈이나 꼬챙이에 물건을 꿴 것)라는 자를 붙여 돈을 의인화하였다. 소집단을 이루어 생활하던 때는 돈의 필요성을 못 느껴서 사용되지 않았지만, 국가가 형성되기 시작하면서 돈이 사용되고 그 모습이 다듬어지게 되었다.
전쟁 등의 국가 혼란 이후에는 화폐의 유통이 줄었지만, 돈을 세금 징수의 수단으로 사용하였다. 돈의 겉은 둥글고 속은 모난 모양은 돈의 이중적인 면을 말하며, 돈은 긍정적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부정적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공방은 홍려경(鴻臚卿; 외국의 귀한 손님을 접대하는 벼슬)이 되어, 탐욕스럽고 교만한 사람에게 빌붙어 부를 쌓았다.
나라의 창고가 비게 되자, 임금은 공방에게 부민후(富民侯; 백성을 잘 살게 하는 일을 담당하는 벼슬)의 벼슬을 주었다. 조정에서 함께 일하던 염철승(鹽鐵丞; 소금과 쇠를 의미하는 허구적 관직명) 근(僅)은 공방에게 형님(소금과 쇠보다 돈이 더 가치가 있음을 의미)이라고 불렀다.
공방은 이자로 돈을 벌려고 하였고, 기술을 배워 물건을 만드는 것보다 돈으로 물건을 사는 것이 편하다는 인식을 가졌다. 물건 값을 올려 곡식의 가치를 낮추고 돈의 가치를 높여 백성들로 하여금 사농공상(士農工商) 중 장사(商)만 좇게 만들었다. 이런 폐해를 본 관리들이 임금에게 상소를 올렸지만, 이미 돈에 현혹된 세태에는 소용이 없었다.
또한 공방은 사람의 됨됨이를 따지지 않고 돈과 권력이 있는 자들만 사귀며, 매관매직(賣官賣職; 벼슬을 돈을 받고 파는 행위)을 일삼았다. 저잣거리 사람이라도 재물만 많이 가진 사람이라면 사귀고 때론 거의 못된 젊은이들과 바둑이나 투전 등 돈을 걸고 하는 놀이를 즐기기도 했다.
군대의 자금운용을 담당하는 이는 공방에 의해 군자금이 부족해져 공방을 미워하였다. 그래서 공우(貢禹; 한(漢)나라 원제 때 인물로서, 강직한 성품의 소유자)를 도와, 원제(元帝; 중국 전한의 제11대 황제)에게 공방의 비리를 비판하며 쫓아낼 것을 청하였다.
당나라가 일어났지만 국가의 재정 상태는 좋지 않았다. 그래서 화폐를 중심으로 한 경제정책인 공방의 방법으로 나라의 부를 축적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공방은 이미 죽은 후였다. 일부지역에 흩어져있던 공방의 제자들을 채용하고, 공방에게는 높은 벼슬을 추증((追贈; 나라에 공로가 있는 벼슬아치가 죽은 뒤에 품계를 높여 주던 일)하였다.
화폐를 중심으로 한 경제정책은 통화량이 늘어나면서 혼란을 일으켰고, 이를 비판하던 소식(蘇軾)은 오히려 모함에 빠져 유배(流配) 되어 누구도 함부로 나서지 못했다. 사마광(司馬光)이 정승이 되어 화폐제도를 비판하고 소식을 다시 천거하였다. 화폐의 활용가치가 떨어지며, 공방의 무리는 힘을 잃고 공방의 아들 윤은 수형령(水衡令; 세무를 맡은 관직)이 되었으나 장물죄(贓物罪; 범죄로 얻은 물건을 취득, 양여, 운반, 보관하거나 이러한 행위를 알선하는 것)로 사형되었다.
임춘은 무신란에 목숨만 겨우 보전하지만, 가난과 불우한 인생을 벗어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인물이다. 그의 곤궁했던 삶이 돈을 소재로 한 작품을 탄생시켰다고 볼 수 있다. 공방의 존재가 인간사회의 문제를 일으키므로 후환을 막으려면 그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난세를 만나 참담한 가난 속에 지내다 일찍 죽고 만 임춘의 돈의 폐해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출 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
김진영·안영훈 譯註(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소), 『서하선생임춘시집(西河先生林椿詩集)』, 민속원, 1998
진성규 譯註, 『서하집(西河集)』, 대진사, 1999
여운필, 『임춘의 생애에 대한 재검토』, 韓國漢詩硏究, 1996
작성자 : 학예연구원 오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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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2018.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