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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치기 국회와 민주주의의 품격(대구일보 12월 15일자)

흔히들 국회를 가리켜 민주주의의 전당이라 하고 국회의원을 꽃이라 부른다. 대의제 민주주의하에서 지극히 당연한 이치이기에 그렇게 배웠고 가르쳤다.
그런데 이들이 전당을 스스로 무참히 짓밟고 사고를 쳤다. 그것도 대형 사고다. 새해예산안이 난투극 속에서 여당 단독으로 날치기 통과되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3년 연속 10분 이내 해치운 기습이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가장 핵심기관인 국회에서 그것도 국회의원이 전기톱과 해머로 사정없이 전당을 박살 내더니(FTA비준안 동의시), 작년에는 의원 나리께서 공중부양 묘기까지 선사하시고 이제 끝인가 했더니 올해는 유혈이 낭자한 K1격투장 같은 싸움판을 연출하셨으니 이만하면 세계 토픽감으로 손색이 없다. 이걸 목불인견(目不忍見)이라 했던가.
그래서 그런지 선진국 학자들은 ‘너희 나라는 아직도 민주주의 하고는 거리가 멀다. G20 정상회의에 의장국이었고 이제는 대선과 총선도 법에 정해진 날짜에 실시하고, 권력의 감시와 눈총도 별로 받지 않고 양심에 따라 투표할 수 있게 되었다. 정권교체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이쯤 대면 민주주의가 꽤 발전한 것 같으나 민주주의 하고는 거리가 한참 멀고 암담하다. 수출 7위의 경제대국이면서도 선진국에 끼이지 못한다‘라고도 한다.
이 말은 국회의원들이 맡은 바 소임은 못하면서 자고 나면 싸우다가도 세비인상 같은 자기네 밥그릇 챙기는 일에만 의기투합하고 있기에 비꼬는 말이기도 하다.
이렇게 말하는 그들의 국회는 여소야대건 여대야소건 간에 대화를 통한 ‘설득과 타협’으로 온갖 난제들을 처리하는 국회를 가졌기에 가소롭다는 핀잔이다. 불쾌해도 할 말이 없다. 우리가 뽑은 선량(選良)들이니까.
정치가 아무리 쇼라지만 전쟁 속에서도 실세의원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지역구예산은 챙겼다니 ‘겉 다르고 속 다른 당신’이 바로 국회의원인지 서글퍼진다. 더 가관인 것은 입만 열면 서민정당 운운하면서 이 분야 예산이 미반영 되고 주요예산을 누락까지 시켰다니 할 말이 없다. 여야가 오십보백보다.
여당은 왜 그렇게 서둘렀는지, 의석수만 믿고 오만하지는 않았는지. 이왕 야당과는 4대강 때문에 타협이 안 될 바에야 회기 내에 처리하여 청와대의 칭찬이나 받을 생각은 혹 아니었는지, 대통령께서는 야당의원과 얼마나 만나 대화하고 전화로라도 설득해보셨는지, 야당은 당리당략보다 진정으로 예산의 문제점과 대안을 같고 심의에 임하였는지, 여당시절 10년 동안 예산심의와 통과를 어떻게 했는지 다 함께 성찰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러나 후폭풍이 거세다. 야당은 엄동설한에 천막농성과 장외투쟁으로 사생결단이고 여당은 개헌 군불 때기로 국면전환을 시도하였으나 여의치 않는 듯 보인다. 이번에는 국민들이 식상한 것 같다. 그래서 장(場)이 서지 않는 모양이다. 더욱이 여당에서는 내부논란까지 겹쳐 외유내환이다.
이제 누굴 믿어야 하나. 그래도 선거 때 유권자들의 표 힘을 믿었는데 우리는 아직 아닌 것 같다. 유권자로 안 되면 제도의 변화뿐이다. 예산 날치기의 고리는 분명코 끊어야 한다. 예산주기를 2년으로 변경하여 충분한 심의가 급선무다. 2달 남짓한 시간에 방만한 예산을 심의하기에는 무리다. 예결위를 상설화하여 결산까지 꼼꼼히 따지고 조정하며 타협하는 시간적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기에 하는 말이다.
또 하나 정부안에 거수기 노릇만 할 바에야 예산편성권을 차제에 국회로 이관하여 국민의 대표기관에게 권한과 책임을 주는 방법이나 감사원의 회계감사권을 국회로 이관하여 외국처럼 회계검사원제도(GAO)의 도입도 검토해볼 만한 대안이다. 하여튼 이대로는 안 된다.
출처 : 대구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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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2019.02.12



